문화 차이로 가장 많이 다투는 순간들

결혼을 하면 어느 나라의 어느 부부든 싸우는 순간들은 생기기 마련이죠.
보통 한국인끼리 결혼한 부부에게는
“신랑이랑 안 싸우고 잘 지내?”
이런 질문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친구 커플이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한 번쯤은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국제결혼을 했다고 하면 빠지지 않고 따라오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문화 차이 때문에 많이 싸우시죠?”
그럴 때마다 저는 늘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희는 생각보다 싸울 일이 없네요 ”

문화 차이는 분명 존재하죠. 나라가 아니라 가정마다 문화도 다르잖아요?
그래서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창한 ‘동서양의 충돌’이라기보다는 아주 사소한 생활의 차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다툼의 시작은 늘 ‘말투

가장 자주 부딪히는 지점은 의외로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투입니다.

한국에서는 조심스럽게 돌려 말하는 것이 배려라고 여겨지지만,
미국식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그냥 바로 말해줘”가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는 이미 충분히 부드럽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고 느끼고,
상대는 솔직하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왜 이렇게까지 말하지?”라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저는 일본에 살 때 일본인들에게
“정말 직설적이시네요”, “그렇게 심하게 말하다니”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거든요.
일본인이 느끼기에 제가 지금의 신랑 같은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하고 있었나봅니다.

갑자기 ‘지피지기’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오늘부터는 조금 더 말투에 신경을 써봐야겠습니다.

‘당연한 일’이 전혀 당연하지 않을 때

집안일, 가족 연락, 기념일 챙기기.
각자 자라온 환경에서는 너무나 당연했던 기준들이
함께 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충돌합니다.

예를 들어,
이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서 해야 하는 일
굳이 설명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상황
안 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행동

이 모든 것들이 상대에게는 처음 듣는 규칙일 수 있다는 걸 살아보며 알게 됐어요.
우리가 ‘상식’이라고 불러왔던 것들은
사실 각자의 문화와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운 습관이었더라구요.

가족과 관련된 순간들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갈등은 생깁니다.

한국은 효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잖아요.
반면 미국은 결혼을 하면 부모와는 분리된 하나의 가정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더 분명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의 문화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순간들이 종종 생깁니다.
부모님과의 거리,
연락 빈도,
누구의 가족이 더 중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개념의 무게 자체가 다르다는 것.

이걸 설명하지 않으면 서운함이 쉽게 쌓이더라고요.

그래도 우리가 배운 것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다투는 이유는 서로를 이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는 걸요.

문화 차이는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설명해야 할 배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 문화가 원래 그래”가 아니라
“나는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배워왔어.”
이 한 문장이 다툼의 온도를 확 낮춰주더라구요.

문화 차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국제결혼에서 문화 차이는 아마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 차이가 꼭 사라질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그 차이를
‘싸움의 이유’로 둘 것인지,
‘이해의 힌트’로 둘 것인지.
그건 결국 우리의 선택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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